Oblioso

(#30333543)
Level 12 F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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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iar

Snow St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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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50/50
This dragon’s natural inborn element is Plague.
Female F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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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Style

Apparel

Black Tulip Flowerfall
Butterfly's Kiss
Black Tulip Flower Crown
Night Sky Silk Scarf
Siren Sylvan Bracelets
Night Sky Silk Sash
Purple Umbrella
Blueberry Plumed Mantle
Siren Sylvan Wings
Conjurer's Cobwebs
Night Sky Wing Silks
Sky Blue Wing Silks
Haunted Flame Collar

Skin

Accent: Faerie Ring

Scene

Measurements

Length
1.53 m
Wingspan
1.17 m
Weight
3.06 kg

Genetics

Primary Gene
Eggplant
Skink
Eggplant
Skink
Secondary Gene
Azure
Freckle
Azure
Freckle
Tertiary Gene
Obsidian
Lace
Obsidian
Lace

Hatchday

Hatchday
Jan 24, 2017
(7 years)

Breed

Breed
Adult
Fae

Eye Type

Eye Type
Plague
Common
Level 12 Fae
EXP: 23644 / 38956
Prismatic Meditate
Regeneration
Discipline
STR
7
AGI
6
DEF
7
QCK
24
INT
51
VIT
13
MND
7

Lineage

Parents

  • none

Offspring

  • none

B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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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lióso│Fem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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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Song ·Theme Song ·Theme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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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nogsix

00
너는 나를 기억해줄 수 있어?
│서덕준, 흰민들레 문구점

01
Oblióso
[형용사] 잊혀진, 생각나지 않는.

어두운 숲속,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곳에는 마녀가 산다.
마녀는 외로움과 슬픔 속에 잠식되어 서서히 죽어가는, 아직은 어린 소녀였다.

귀여운 모자. 예쁜 티아라. 왼쪽 머리 위에는 아름답게 피어난 붉은 장미꽃.
길게 늘어진 왼쪽 옆머리는 정갈하게 땋았고, 그것과는 반대로 오른쪽의 머리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짧았다.
비단이 물결치는 것처럼 곱게 웨이브 진 머릿결. 누우면 몸이 머리에 파묻힐 만큼 풍성해 관리하기가 까다로웠으나, 아침마다 머리 빗는 게 일과 중 제일 중요하고 시간을 잡아먹기 좋았으므로 그대로 두었다.

02
' 저를 기억하나요? '
작은 희망과 기대가 담긴 목소리는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이 얼마나 부질없는 존재였는가를 깨닫고 파편이 되고 만다.

사람들에게 잊힌 용사.
수많은 업적을 쌓고, 무수한 사람들을 도와주었으나 그녀의 끝은 모두 허무가 되어 사라진다.

03
“저를 기억하시나요?”

소녀의 목소리는 여렸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것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행동을. 그러나 소녀는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잊혀질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존재가 부질 없음을 느끼기 시작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으니까. 소녀는 바싹 마른 몸을 둥글게 말았다. 영원히 혼자일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그래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소녀의 목소리가 허공 속에 쓸쓸히 울렸다. 잊힌 존재는 영원히 살아나지 않을 것이었다. 잊혀진 영웅, 고대의 수호신. 할 일 없이 허공을 배회하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소녀는 허공 속으로 손을 뻗었다. 차가운 공기만 손에 잡혔다.

"언제쯤 다시 기억해줄까, 나를."

이대로 영원히 잊혀지는 건 아닐까,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나를 잊지는 않을까. 소녀의 걱정은 하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걱정과 동시에 내뱉어진 한숨은, 냉랭한 것이었다.
Flight Rising @kettchapp

04
B의 경우

새로운 삶을 살아가자. 마녀는 결심했다.
모두에게 한 번 잊혀진 그녀에게는 크나큰 도전이었다. 원한다면 언제까지고 어두운 숲에서 살 수 있겠지만, 그건 그녀가 원하던 바가 아니다. 잊혀졌다는 건 반대로 생각하면 완전히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 평범한 소녀로서, 평범한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살아가리라.
그녀의 결심은 곧았고, 곧은 결심은 강한 추진력을 불렀다. 얼마 안가 그녀는 어떤 작은 마을 외곽의 오두막에서 본격적인 새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착은 순탄했다. 예쁘고 착한 소녀로만 보이는 외모는 누구의 경계도 사지 않았다. 그녀의 상냥함은 많은 주민들을 홀리고, 친밀해지는 것을 넘어 마을의 평화에까지 기여했다. 모두가 그녀를 사랑했다. 그중에서 딱 한두 명, 의심이 많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처음 몇 년은 아무 일도 없었다. 여유롭고 순탄한 나날. 마왕이 강림하기 전의 세상과 비슷한 평온이었다. 괴로운 옛 기억도 일상 속에서 흐려지는 듯 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첫 정착 후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마을의 아이들은 청년이 되고, 청년들의 얼굴엔 지나간 시간이 주름으로 새겨졌다. 하지만 더 이상 늙지 못하는 그녀는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마법으로 얼마든지 눈속임을 할 수 있지만, 정든 마을 사람들에겐 어떤 이유로든 손대고 싶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그것이 욕심이었을까.

그녀를 줄곧 의심해온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작은 소문을 흘렸다. 소문은 처음엔 조그만 물줄기에 불과했으나, 갈수록 불어나더니 이윽고 거대한 폭포수가 되어 쏟아내렸다.
마을 곳곳에서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의심과 두려움을 담은 눈초리가 늘어났다. 마녀, 괴물, 화형. 온갖 위험한 단어들이 마을을 떠돌아다녔다. 불순한 의도를 담은 손길이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

결국, 소녀인척 하던 마녀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마을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뒤를 쫓아오던 추격자는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고 멀리까지 달아나서야 겨우 사라졌다. 그녀는 어두컴컴한 숲 속을 홀로 걸으며 처량히 울고, 후회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또다시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마녀는 떠나온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어느 작은 시골에서 또다시 정착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염원대로 그 생활이 오래가진 못했다. 그녀는 저번과 비슷한 시기에 마을을 떠나야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포기하지 못한 채 새로운 마을을 찾아 떠났고, 그곳에서 살아갔으며, 끝에는 처량하게 쫓겨났다. 오래가긴 커녕 갈수록 한 마을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져갔다. 단순히 뒤를 쫓는 것이 아닌, 토벌을 목적으로 중무장을 한 병사들이 칼을 들이민 적도 있었다.

그렇게 도피를 반복하며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던 마녀는 이윽고 유명해졌다.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걸어다니는 역병과도 같은 악마라 불리며 그 존재에 대한 소문이 온 나라 구석구석에 퍼졌다. 이제 나라 안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졌다. 사악한 마녀로서 어딜 가든 칼과 화살, 횃불에 쫓기는 신세가 된 것이다.

모두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염원. 그것이 마침내 이루어졌음을. 그녀는 고통 속에 울며 웃었다.


이제 마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으리라.


H의 경우

마녀가 그들을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새 삶을 염원하며 외딴 마을에 정착한 마녀는, 인근 숲을 지나가던 도중 어떠한 존재들과 마추졌다. 세간에서 요정이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인간보다 훨씬 작고 연약하지만 마법적인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렇기에 마력을 이해하는 자에게만 보이는 특수한 존재들. 방대한 마력을 지닌 마녀조차도 요정과 접촉하는 건 손에 꼽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내심 반가우면서도, 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기이하게도 요정들이 하나같이 다치고 지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재가 묻어 더러운 요정, 자잘한 생채기가 온몸에 가득한 요정, 어딘가 나사가 빠진듯 하루종일 울기만하는 요정 등. 마녀가 평소 접해온 동화 속 이야기와는 딴판이었다. 마녀는 마력을 사용해 그들을 성심성의껏 치료해주었고, 곧 자세한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과거, 마왕의 침공 이후 세계 곳곳에선 피해가 속출했다. 인간의 땅은 물론이고 다른 존재들의 영토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제아무리 요정이라도 그들의 침공을 피하진 못했다. 마왕군이 짓밟고 간 땅은 마력을 잃어 스스로 재생하지 못하고 거대한 흉터가 남았다. 그리고 침공의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요정왕이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요정은 특별한 존재였기에 인간과 달리 마왕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타 종족과 접할 기회가 없었던 그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폐허가 된 영토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마녀가 만난 요정들은 침공으로 거주지를 잃은 피해자들이었다. 그들은 일제히 마녀의 발 아래에 모여 도움을 간청했다. 그녀가 지닌 방대한 마력이라면 영토를 복구하는 것도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마녀는 인간 마을에 녹아들어 살겠다는 목표가 있었으나, 누더기같은 요정들을 보자 누군가에겐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절실히 느꼈다. 고심 끝에 그녀는 요정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하고, 그들과 함께 폐허가 된 요정의 땅을 찾아갔다.

복구는 쉽지 않았다. 침략의 흔적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방치되온 점이 제일 큰 걸림돌이었다. 이미 공중으로 산화된 마력의 근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무수한 실패가 거듭되어도, 마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마왕 앞에서 무릎 꿇지 않았듯이.
정성은 곧 빛을 발하여 무너진 집과 성의 벽돌이 차근차근 쌓이며 복구되기 시작했다. 점차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한 영토에서 요정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마녀는 노력의 대가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요정들에게 있어선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요정이 도처에 가득했다. 그들은 뒤늦게 마녀의 사정을 알고, 원한다면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도 된다며 제의해왔다. 마녀는 잠시 고민했으나 그 고민이 오래가진 않았다. 그날, 요정의 성에선 새로운 가족을 환영하는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마녀로서 떠돌아다니던 소녀는 그렇게 인간의 땅을 떠나 요정들과 함께 살게 되었다. 늘 마음 한 켠을 차지하던 외로움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N의 경우

마녀는 상냥하지만 의외로 변덕 있는 성격이었다. 또 한편으론 대담하기도 했다.
마을 구석에서 만난 소매치기 소녀를 기어이 잡아낸 것도 그런 성격 덕분이었다. 둘은 골목길 어귀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이였다. 소녀는 일부러 마녀와 몸을 부딪혀 찰나의 순간에 돈주머니를 슬쩍 했다. 안타깝게도 소녀의 범행은 반나절도 가지 못했다. 마녀가 마법의 힘으로 빠르게 범인을 색출해냈기 때문이다.
겁도 없이 남의 돈주머니를 훔치려 했던 소녀는, 치안병에게 넘겨진 이후 받게될 처분을 생각하며 몸을 떨었다. 마녀는 소녀를 아주 조금만 혼내줄 생각이었으나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마왕도 용사도 잊혀진 평화로운 시대에, 어째서 이런 가난한 아이가 존재하는 걸까.

소녀의 범행에 제일 크게 기여하는 것은 가난이 아니었다. 그녀는 부모가 없었다. 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그냥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갑자기 사라졌다고 한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인 양. 소녀는 한동안 부모를 찾아다녔지만, 결국 단념하고 살아남으려 발버둥쳤다. 보호자 없는 어린 여자아이가 살기 위한 수단은 도둑질 뿐이었다. 이대로 끌려가면, 소녀는 영원히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게 분명했다. 만약 부모가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일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 외로워진 소녀. 마녀에겐 일련의 모든 것이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눈앞의 아이를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 마녀는 소녀를 용서하고, 구속을 풀어주었다. 이걸로 끝난 인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날 이후 소녀는 매일매일 마녀를 찾아왔다. 뭔가 바라는 것이 아닌 순수한 호의를 담은 방문이었다. 둘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서로 대면이 익숙해질 무렵, 마녀는 소녀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당연히 꾸며낸 이야기라고, 거짓말이라고 하며 비웃을 줄 알았지만 소녀는 결코 비웃지 않았다. 마왕과 용사 이야기부터 자신의 수명에 대한 이야기까지 모두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그렇게 마녀와 소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마녀는 늙지 않는 외모 때문에 언젠가 마을을 떠나야하리란 걸 직감했다. 하지만 소녀를 두고 떠날 순 없었다. 그 아이를 다시 외롭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마녀는 소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둘은 정든 마을을 떠나, 마차를 타고 떠돌이 상인을 자처하며 온 마을을 전전했다. 바깥 생활이 쉽지만은 않았다. 마차가 태풍에 휩쓸려 전복될 뻔하기도 했고 어쩔땐 굶주림과도 싸워야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그만두거나, 헤어질 생각은 없었다. 힘든 일 만큼 즐거운 일도 많았기에 둘은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있었다.

세월은 행복한 나날과 함께 무자비하게 흘러갔다. 새파란 어린 소녀에 불과했던 마녀의 친구는 꽃다운 시절을 훌쩍 지나, 어느덧 불혹을 넘어섰다. 이쯤되자 그녀는 고된 여행에 점점 힘이 부쳤다. 나이를 먹지 않는 마녀는 여전히 젊었지만 친구가 자연스레 걱정되었다. 결국 그들은 긴 여행을 중단하고 한곳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어느 조용한 마을의 푸른 언덕에 서있는 오두막은 그들에게 완벽한 쉼터였다. 다시 평온한 나날이 찾아왔다.

평범한 인간인 친구의 삶은 짧았다. 마법으로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주름을 막지 못했다. 친구는 홀로 늙어가는 상황에도 비관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떠나고나서 슬퍼할 마녀를 걱정했다. 둘은 흘러가는 일 분 일 초도 아깝게 여기며, 잠시라도 서로 떨어질 줄 몰랐다.


만감 속에서도 끝은 찾아온다. 그 순간에도 둘은 여전히 손을 맞잡은 채였다. 친구는 고통도 슬픔도 없이 평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


떠나간 자의 빈 자리는 무엇으로도 메우지 못할 것이다. 혼자가 된 마녀는 지금도 이따금씩 텅 빈 집을 둘러본다. 둘이 살기에 충분했던 집이 이제와서 너무 넓게 느껴졌다. 친구와 함께였기에 정든 집이지만, 결국 언젠가 떠나야 한다. 온몸을 휘감은 족쇄와도 같은 저주 때문에.

마녀는 그제야 모든 것이 처음으로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Flight Rising @Bloondie

05
옆 마을에서 며칠 일을 해주고 품삯을 받아 돌아오던 길이었다. 집에서 처자식이 기다리고 있지만 남자는 샛길로 빠지고 말았다. 한 잔만, 두 잔만 하는 사이 제법 취해버렸고 밤이 되어서야 비척비척 주점을 나섰다. 술기운으로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추운 밤길을 걷던 중에, 그는 숲 언저리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가 왜 그렇게 궁금하던지. 남자는 이끌리듯 숲으로 들어갔다.
소리를 따라간 남자는 꽃과 나무에 둘러싸인 공터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유랑가객으로 보이는 남녀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남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남자는 별다른 의심 없이 그들 사이에 끼어 앉았다. 술을 두어 잔 얻어 마시고 있자니 가객들이 하나 둘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기분은 또 왜 그렇게 들뜨던지. 남자는 저도 벌떡 일어나 어울려서 춤을 췄다.
한 명씩 돌아가며 추다가 흥이 무르익어서 다 같이 원을 그리며 춤추던 중이었다. 남자의 시선이 아주 우연히 땅에 닿았다. 헌데 그들이 선 땅에 버섯이 동그랗게 자라있었다. 마치 버섯을 따라 원을 그리고 춤췄던 것처럼…….
페어리 링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서야 모든 것이 제대로 보였다. 손에 손잡고 춤추던 이들은 유랑가객이 아닌 요정들이었다. 대대로 노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온 경고가 떠올랐다. 요정의 장난에 말려들면 요정 나라로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한다.
일 났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쏟아졌다. 남자는 그 와중에도 멈추지 못하고 옆으로 폴짝폴짝 뛰었다. 땀줄기가 눈 위로 흘러내려도 닦을 수 없었다. 요정들에게 붙들린 손은 아교로 딱 붙인 것처럼 놓으려 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꺄르륵, 꺄르륵. 웃음소리가 어쩐지 기괴한 기색으로 변했다. 요정들도 안 것이다. 남자가 눈치챘다는 사실을.
까르륵, 까르륵, 즐겁게 자지러지는 소리가 낭랑할수록 남자는 죽상이 되어 눈을 질끈 감았다. 그가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을 때.
“그만.”
웃음소리가 뚝 멎었다. 요정들이 일제히 춤을 멈추고 영영 놓아주지 않을 것 같던 손이 풀려났다. 남자는 그만 힘이 빠져 주저앉아버렸다.
“다들, 이러면 안 되는 것 알고 있죠? 사람들에게 함부로 장난치지 않기로 했잖아요.”
“미안해요. 오블리오소. 그치만 이 인간은 나쁜 인간이에요! 가족과 한 약속을 어기고 늦게까지 술을 마셨어요!”
“약속을 어긴 건 잘못이지만, 그게 곧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사람들은 때때로 실수를 하니까요.”
남자는 숨을 헐떡이면서 고개를 들었다. 고만고만한 요정들 사이에 우뚝 솟은 키가 보였다. 어린 소녀였다. 제 몸집보다 풍성한 은발머리를 고불고불 늘어뜨리고, 모자와 티아라와 꽃 장식을 한 번에 쓰고 있다. 한 손에 든 거대한 스태프로 땅을 짚었고, 자그마한 발에는 굽 있는 구두를 신고 있었다. 인간인가? 또 다른 요정인가? 몸집을 보면 인간 같지만 저 신비한 복장을 보면 요정일지도 모를 일이다.
“괜찮으신가요?”
소녀는 자신을 살피는 눈길에도 개의치 않고, 다정한 몸짓으로 빈손을 내밀었다. 남자는 깜짝 놀라 그 손을 피했다. 소녀는 일순 상심했지만 표정을 잘 갈무리했다. 분노한 것은 요정들이었다.
“오블리오소는 일으켜주려고 했을 뿐인데!”
“역시 나쁜 인간이야! 벌을 주자!”
“아니에요. 이 분은 그저 겁에 질렸을 뿐이에요. 놀라게 해서 죄송해요. 다친 곳은 괜찮으신가요?”
아닌 게 아니라 남자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발에는 온통 물집이 잡혔고 전신이 근육통이었다. 주저앉을 때 무릎과 손바닥을 다쳐 피도 났다.
“제가 상처를 치료해드릴게요. 부디 놀라지 마세요. 해로운 일은 전혀 없을 것이고, 순식간에 끝날 테니.”
소녀는 조곤조곤 말한 뒤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스태프 끝에 달린 두 쌍의 날개가 날갯짓을 했다. 새의 날개와 나비의 날개가 어우러져 펄럭이더니, 허공에 보랏빛 나비 문양이 나타났다가 빛을 뿌리며 사라졌다. 퍼뜩 제 몸을 살펴보니 상처는 모두 사라졌고 욱신대던 근육통도 편안해진 뒤였다. 그는 자신이 본 것들을 곱씹다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나비의 마법사 오블리오소……?”
요정들이 히익 숨을 들이켰다. 동그란 눈을 쏟아져 나올 듯이 크게 뜨고 소녀를 돌아봤다. 안색이 하얗게 질린 소녀가 물었다.
“지금……. 지금 뭐라고 하셨죠?”
차분하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남자는 무심결에 한 말을 되짚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아 그게, 마법사 오블리오소와 검사 바벨이……. 그, 그러니까 어릴 적에 듣던 이야기인데……. 마왕을 물리치는 용사들의 이야기입죠. 제가 그 이야기를 참 좋아해서 또 해달라고 조르고 또 조르고, 아주 아버지 입이 부르트도록…….”
세상을 도탄에 빠트린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마법사와 검사가 모험을 떠났다. 마법사 오블리오소는 은발이 풍성한 소녀로, 그녀가 마법을 쓸 때면 나비의 환상이 날아올랐다. 남자와 동생들은 이야기에 흠뻑 매료되어 그들의 모험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믿었다. 훗날 마왕은 저절로 사라졌으며 그런 용사들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어찌나 실망했던지.
소녀는 어쩐지 간절한 기색으로 아버지가 어떻게 그 이야기를 알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남자는 옛 기억을 탈탈 털었다. 아버지는 구빈원의 고아였고, 구빈원에 한 노인이 자주 찾아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었다고 했다. 족히 백 살은 되어 보이는 노인이었는데, 재미난 이야기를 아주 많이 알고 있었다고.
“그 중에서도 용사들의 모험담이 제일 인기 있었댑니다. 아버지가 어릴 때 잘 들어두셨다가 저희들한테도 들려주신 거죠.”
그랬군요……. 소녀는 잔뜩 흐려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남자는 흘끔흘끔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소녀는 요정 여왕인 듯 했다. 혹시 모험담의 오블리오소는 이 요정 여왕을 본 따 만들어낸 인물일까? 물어보고 싶지만 요정들의 눈치가 보였다. 그때 소녀가 스태프를 한 번 더 휘둘렀다. 공중에서 은전 몇 닢이 떨어졌다. 남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허겁지겁 돈을 주워 모았다.
“이야기를 들려준 보답이에요. 아침이 되어도 나뭇잎으로 변하진 않을 거랍니다. 이제 어서 가족들에게 돌아가세요.”
남자는 하던 생각을 모두 잊어버리고 허리를 굽실거리고 달아났다. 내일 아침 일어난 남자가 이 작은 만남을 기억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마을로 돌아와서도 요정들은 쭈뼛쭈뼛 눈치를 보았다. 평소라면 다정하게 그들을 달래어줬을 오블리오소는 마음이 심란하여 곧장 그녀의 아늑한 처소로 돌아갔다. 별 수 없이 요정들도 덩달아 흩어졌고 요정 마을은 얼떨결에 이른 밤을 맞이했다.
모두가 일찍 잠자리에 들었을 때, 오블리오소는 깨어있었다. 그녀는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별이 수놓인 밤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봤다. 먼빛을 바라보는 사이 생각도 먼 곳으로 흘러갔다.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때가 있었다. 가장 처음부터 그와 오블리오소는 예정된 이들이었다. 두려움과 막연한 설렘, 차오르는 희망과 꺾일 듯한 절망, 오늘 이 목숨이 스러지더라도 동료들은 내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랐던 절박함. 여정의 모든 순간을 함께 겪으며 오블리오소는 알 수 있었다. 이 사람과는 끝까지 함께야. 설령 우리가 패배하여 세계의 생사도 보지 못하고 절명한다고 해도, 그 순간에도 이 사람과는 함께일 거야.
절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싸움에 지쳐갈 때에도 그 사실만큼은 의심하지 않았다. 돌아보면 그는 언제나 고목처럼 제자리에 있었고, 깊게 타오르는 눈동자 속에 결코 그녀를 혼자 싸우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오블리오소 또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때가 있었다.
너무 오래된 과거였다. 오블리오소는 함께 있는 것이 당연했던 동료를 잃었고, 세월이라 이름 붙여야할 만큼 기나긴 시간동안 고독을 학습해야했다. 어두운 숲속에 처박혀 누구라도 좋으니 나를 기억하고 사랑해주길 바라던 사이, 세상에게 잊힌 동료는 그녀에게까지 잊히고야 말았다.
단 한 번도 그를 추억해본 적이 없었던가?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오블리오소는 그를 잊었다.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바벨…….”
내가 내 고통에 겨워 당신을 잊었어요. 당신에게 그런 짓을 하고 말았어요. 나는 우리가 죽더라도 함께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 흰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흐드러진 은발이 흐느끼는 소리를 따라 떨렸다. 요정의 밤은 깊어갔지만 오블리오소는 잠들지 못했다.

일주일 후, 요정들은 마을의 입구에 옹기종기 모였다. 그들은 울먹이며 오블리오소를 올려다보았다. 똑 닮은 표정들 때문에 모두가 한 몸 같아 보였다.
“정말 가야겠어?”
오블리오소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고운 뺨에 핏기가 없고 눈 밑에 살짝 그늘이 졌다. 자신이 없어도 요정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일주일간 마을 곳곳을 쉴 새 없이 방비한 탓이었다. 피곤의 흔적이 뚜렷한데도 그녀의 자그마한 낯은 도리어 생기 있어 보였다. 요정들은 그녀의 두 눈 가득 어려 있는 결연한 빛을 보고 말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요정 한 명 한 명과 모두 포옹한 뒤에 오블리오소는 등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한번 손을 흔들어준 뒤에는 두 번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스태프의 날개 두 쌍이 긴 여행을 알리듯 제각기 기지개를 폈다. 여행용 로브의 후드 사이로 은발이 언뜻언뜻 햇빛을 받고 반짝였다. 오블리오소는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가늠해보았다.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입술 사이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기다려줘요.”
제가 당신을 구해줄게요, 바벨.
Flight Rising @yomnea33

06
그 누가 알까.
짓밟혀 더러워진 꽃의 행복은, 오직 죽음이 다가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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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alting Oblioso to the service of the Flamecaller will remove them from your lair forever. They will leave behind a small sum of riches that they have accumulated. This action is irrever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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